[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올해 재건축·재개발은 정부의 규제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서 분양 등에서는 호조를 보였다는 점이다.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됐던 현장들은 규제가 되레 사업추진의 동력이 됐다는 점도 특이한 사항이다. 정비업계의 관심이 높았던 조합임원 인센티브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내려졌다. 해당 판례가 모든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과도한 인센티브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얻을 수 있었다. 수년간 정비사업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의 등판도 이슈가 됐다.

 

2년 거주의무에 재건축 속도전

 

개포주공5단지 전경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정비사업 관련 규제는 때때로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올해 재건축 조합원 거주의무가 그랬다. 투기세력 방지를 위한 조합원 거주의무 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6·17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밝혔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을 경우 분양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조합원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거주해야 재건축된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법을 12월까지 개정한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사업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방이나 해외에 거주하거나, 임대사업자, 상속 등의 경우 실거주가 불가능해 현금청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 이후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는 재건축 단지들이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조합설립이 늦어져 거주의무가 적용될 경우 실거주가 불가능한 소유자는 현금청산을 받아야 하는 만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조합설립이 두드러졌다. 장기간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렀던 강남 압구정지구에서 속속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조합설립이 임박한 상황이다. 개포지구에서도 개포주공5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6·7단지도 창립총회에 이어 조합설립인가 신청까지 마쳤다.

다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조합원 거주의무를 담은 법안 개정 절차는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올해 내에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법령 심의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조합임원 과도한 인센티브 불가

 

[그래픽=홍영주 기자]

대법원의 판례는 법령에 준하는 효과를 내는 만큼 판결 결과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올해에는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바로 조합 임원에 대한 인센티브 관련 판결이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낸 ‘임시총회 결의 무효확인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조합임원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 결의는 무효라는 취지다.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2013년 임시총회에서 조합임원에 대한 인센티브와 관련된 안건을 의결했다. 재건축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조합임원이 배상하는 대신 추가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조합임원에게 이익금의 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1·2심에서는 인센티브 지급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고, 향후 발생 수익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건축은 공익적인 사업인 만큼 비합리적인 인센티브는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조합임원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제한되어 있는 반면 인센티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조합의 총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자율성과 재량을 가지고 있지만,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성을 위반한 결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판결이 조합임원의 인센티브가 무조건 불법이거나 무효라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만약 조합임원들의 업무 수행기간과 수행경과, 난이도, 노력 등을 반영해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의결했다면 적정한 보상이 가능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체 승계 불가에 시장 혼란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제도다.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 컨설팅이란 명칭으로 무분별한 업무 대행이 이뤄지면서 불법 행위 등이 발생했다.

결국 자본금이나 인력, 전문성 등의 일정 자격을 갖춘 등록 사업자에게만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정비업계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해 사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업무를 진행하는 협력업체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법제처가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를 조합에 승계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리면서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법령해석 자체는 지난해 9월 내려진 것이지만, 올해 일선 현장에서 정비업체 승계 문제를 두고 후폭풍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지방의 한 재개발구역에서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창립총회에서 정비업체 용역계약을 조합에 승계하는 안건을 결의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토지등소유자가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행정청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조합에 정비업체를 승계한 구역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당연 승계로 해석됐던 사항을 법제처가 ‘승계 불가’로 판정함에 따라 조합임원들이 범법자가 될 판이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에서 법제처의 해석과 다른 판결을 내린 바 있어 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서울행정법원은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조합은 추진위의 계약을 포괄 승계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정비업체의 선정이 조합총회 의결사항이더라도 추진위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조합에 승계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왕의 귀환’… 삼성물산, 복귀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재건축·재개발의 절대강자였던 삼성물산이 약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했다. 삼성은 올해까지 7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건설부문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과 ‘래미안’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호적수를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삼성은 지난 2015년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을 끝으로 정비사업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GS건설과 맞붙어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내부적인 사정도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수년간 정비사업 수주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건설부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강남의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지난해 4월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면서 래미안의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총회에서는 참석 조합원 75% 이상의 표를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보였다. 이어 반포1단지3주구에 출사표를 던져 다시 수주를 따낸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래미안 퍼스티지가 건설되어 있는 것은 물론 향후 래미안원베일리, 래미안원펜타스 등이 들어서면 ‘래미안 타운’을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가 단 두 곳에 불과하지만, 강남권의 핵심 사업장을 수주한데다 단숨에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신반포15차 2,400억원과 반포3주구 8,000억원을 합쳐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한편 최근 삼성물산은 오세철 건설부문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오 신임 사장은 기술직 출신으로 싱가포르와 두바이 등 해외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년에는 정비사업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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