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분양신청 절차 진행 후 관리처분계획안을 수립하여 총회에서 의결이 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하고, 그에 대한 인가 고시가 내려지면 통상 조합은 구역 내 이주를 개시하게 된다.

주거 세입자나 영업권자들이야 일정한 보상을 원하면서 이주를 지연하는 경우가 통상적이지만 애초 분양신청을 해서 관리처분계획 상 분양대상 조합원으로 확정된 자들이 갑자기 위 이주 단계에서 향후 있을 분양계약 체결 절차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청산을 주장하고, 적정한 청산금이 지급되기 전에는 구역 내 이주를 할 수 없다는 무리한 주장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통상 그와 같은 이주 거부 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 주된 판결례였는데 7~8년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그간의 판결을 뒤집고 위와 같은 이주 거부 항변이 이유 있다는 식의 판결을 한 적이 있고, 그와 같은 사례가 일부 비대위 상대로 퍼지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었던 적이 있으나 위 판결은 항소심에서 바로 뒤집어졌고 최근까지도 위와 같은 이주 거부 항변은 이유 없다는 일관된 판시가 내려지고 있다.

2. 관련 법령 및 그 해석=현재 도시정비법은 ‘분양신청을 하였음에도 조합이 정한 분양계약 체결 기간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명시적으로 현금청산대상자의 지위를 보장하고 있지 않지만 일부 조합에서는 분양신청을 한 이후 분담금 증가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분양계약 체결을 희망하지 않게 된 조합원들에게 조합원의 지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하여 조합 정관에 임의로 ‘조합이 정하여 통지하는 기간 이내에 분양계약체결을 하지 않은 자’를 현금청산자의 지위에 준하여 보상하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와 같은 조합의 관행에 따라 우리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후라도 조합원은 정관에서 정한 분양계약 체결기간 이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함으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금청산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1.7.28. 선고 2008다91364 판결) 예외적으로 분양계약 미체결자의 현금청산자 지위 획득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이 정관 규정을 통한 분양계약 미체결자의 현금청산자 지위 획득을 인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이후라도 조합원으로 하여금 조합원의 지위에서 이탈하여 현금청산을 받을 기회를 추가적으로 부여하고자 하는 취지로 결정된 조합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일 뿐이다(대법원 2011.7.28. 선고 2008다91364 판결).

오히려 도시정비법에는 분양계약에 관한 규정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하여 분양계약체결 절차는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의 필수절차에도 해당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으므로 분양계약체결 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합의 재량이자 권한이라 할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우리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여 ①분양신청을 한 후 분양신청기간이 종료한 다음 임의로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사람까지 조합 정관상의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②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 및 원고의 정관에는 분양계약체결기간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은바 조합은 조합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정비사업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용, 조합원·현금청산대상자·세입자 등의 이주 정도,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가능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사업시행기간 중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적절한 시기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점 ③조합이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 지급할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분양계약체결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점 ④해당 조합의 정관은 분양신청기간 만료 이후라도 사후에 분양계약 체결기간 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함으로써 조합원으로 하여금 현금청산의 방법으로 사업에서 이탈할 수 있는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고자 하는 사후적이고 예외적인 규정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분양신청을 한 후 임의로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고들까지 조합 정관에 의하여 인정되는 현금청산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적절한 시기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원고가 아직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정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어=다시 말하자면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는 분양계약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분양계약체결기간의 설정 및 통지를 포함한 일체의 사항을 정하는 것은 오로지 조합의 권한에 해당하므로 원고 조합의 분양계약체결기간은 조합의 대내외적인 제반사정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기로 정해질 것이고, 따라서 이와 같이 아직 분양계약체결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인 피고들이 분양계약체결 절차에 응하지 않을 의사를 임의로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당해 사실만으로 본인들의 조합원 지위를 부인할 수 없고 도정법 및 정관 상 구역 내 이주 의무가 인정됨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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