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단계에 들어서니 한 조합원이 ‘재건축이 진짜 되긴 하네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고 말하더라고요. 오랜 시간동안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고양 덕양구 능곡연합을 재건축하는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가 청약 당해 1순위에서 33대1의 높은 경쟁률로 완판을 이뤘다. 재건축을 추진한 이후 무려 17년 만에 일반분양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사실 능곡연합재건축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존 사업성 자체가 좋지 않은데다, 국제금융위기와 미분양사태 등이 발생한 ‘부동산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기존 시공자마저 사업을 포기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세창 조합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재건축을 포기하면 두 번 다시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조합의 오랜 인내와 노력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막바지 사업단계에 들어섰지만, 정 조합장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고 말한다. 정 조합장을 만나 그동안의 재건축 진행과정과 마지막 목표를 들어봤다.

정세창 조합장 | 능곡연합재건축 [사진=심민규 기자]
정세창 조합장 | 능곡연합재건축 [사진=심민규 기자]

▲능곡연합 재건축이 일반분양을 완료하는 등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재건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우리 구역은 1·2·3종의 용도지역이 혼합되어 있고, 아파트와 연립, 단독주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20년 지난 낡고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아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다. 추진위원회 승인과 안전진단 등을 거쳐 2007년 조합을 설립했고, 용도지역도 3종으로 통일하게 됐다. 이어 2008년 최초의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사업이 장기화됐다. 기존 시공자가 사업자금 대여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재건축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조합 내부적으로도 조합원간의 갈등과 고소·고발 등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럼에도 조합에서는 사업시행계획을 6차례나 변경하는 등 사업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 2003년부터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왔다. 오랜 기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재건축사업 초기에는 주민들이 양분되어 갈등이 발생했고, 사업성 자체가 높지 않다보니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능곡‘연합’이라는 이름도 사업성이 낮은 작은 3곳의 재건축을 통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면서 기존 시공자가 사업을 방치했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에 따라 그나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후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조합이 시공자를 찾아야 하는 시기였다.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건축 관련 서류를 만들어 건설사를 방문해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안 다녀본 건설사가 없을 정도로 발로 뛰고 또 뛰었다.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 투시도[사진=롯데건설]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 투시도[사진=롯데건설]

▲일반분양에 대한 청약 결과 높은 경쟁률로 마무리됐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이뤄낸 성과여서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같은데=사업을 진행하면서 갈등도 많았고, 고발·고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재건축사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주 단계에 접어들었을 무렵 구역의 원주민이었던 조합원 한분이 “조합장님, 재건축이 진행되긴 하나 봅니다. 사업을 잘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인데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조합장님을 믿고 잘 협조하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조합원의 말씀 한마디에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오히려 장기간 저를 믿고 따라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능곡연합은 기본적인 현황만을 놓고 봤을 경우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조합장으로서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사실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사업성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추정비례율이 70%에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합원들 대상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구역이 워낙 낙후되어 있어 재건축을 포기하면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의지를 보여 다시 맘을 굳게 먹었다. 당장은 사업성이 좋지 않아도 보다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차츰 용적률을 높이고, 평형배정을 새롭게 구상해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했다. 더불어 근린생활시설 면적 증가, 조경과 외관 디자인 특화 등으로 사업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최근까지 고심했던 부분은 사업성과 직결되는 일반분양가였다.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부산에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100% 만족할 만한 일반분양가는 아니지만, 과거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를 확정 받아 사업성을 높일 수 있었다.

▲능곡연합의 재건축사업은 도시정비법과 역사를 같이 했다. 법률이나 제도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잦은 법령 개정과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많은 재건축조합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법령이 개정되다보니 일선 조합에서는 대비할 겨를이 없다. 또 일괄적인 제도 적용도 문제라고 본다. 정비사업은 각 구역의 상황과 사업계획이 천차만별이다. 지자체의 조례로 위임한 사항들이 다수 있긴 하지만, 구역들의 특수성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률적인 틀에 가두기보다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유연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간 조합장을 믿고 따라주신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10년을 넘어 20년을 바라보는 기간 동안 조합을 신뢰해주신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조합원의 믿음 덕분에 착공에 이어 일반분양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일반분양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공사를 마치고 입주할 때까지 조합원들의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겠다. 앞으로 공사가 잘 마무리되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그날까지 조합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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