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이 추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며, 자신은 현금청산대상자가 되었으니 감정평가를 통해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건축물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철거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러한 철거금지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질까.

먼저 분양계약 미체결의사를 밝힌 조합원에게 ‘현금청산을 받을 권리 내지 기대권’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비사업에서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및 건축물을 현물로 출자하고 원활한 사업시행을 위해 이주 및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대신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완공되는 건축물을 분양받는 자로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고 현금청산을 받는 자가 아니다.

도시정비법은 명문의 규정을 통해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에 한하여 현금청산대상자로 인정하고 있을 뿐, 분양신청기간이 종료한 이후 임의로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사람까지 현금청산대상자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법 제73조제1항).

조합 정관에 조합이 정한 기간 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현금청산대상자가 된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이고 예외적인 조항으로,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분양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데도 분양계약 체결의무를 위반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조합원을 현금청산대상자로 한다는 의미이지, 조합이 사업 진행상 조합원들에게 분양계약 체결 자체를 요구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러한 사정만으로 조합원들이 당연히 현금청산대상자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18다261216 판결).

이 경우 대부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이 오랜 기간 분양계약 체결을 지체하는 것이 위법하기 때문에 분양계약 체결기간이 도래하지 않아도 현금청산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어디에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어느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제한규정이 없다.

오히려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다양한 이해관계, 정비사업비용, 이주 정도,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분양계약 체결기간을 적절한 시기로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이 분양계약 체결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조합원에게 ‘현금청산을 받을 권리 내지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현금청산대상자임을 전제로 보상금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역시 필요 없기 때문에 철거금지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대법원 또한 분양신청기간이 종료한 이후에는 분양신청을 임의로 철회하여 현금청산대상자가 될 수 없고, 조합원이 분양계약 미체결의사를 밝힌 것만으로 현금청산대상자로 지위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설시한 바 있고, 이러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라 여러 하급심법원에서 조합원의 철거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18카합10313결정 등).

철거금지가처분신청을 하는 조합원의 속내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이들에게 현금청산을 하려는 진정한 의사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합 집행부와의 해묵은 갈등으로 인해 더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코자 철거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미 이주 및 철거까지 완료한 대다수의 선량한 조합원들과의 형평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적 근거 없는 철거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며, 소송 자체를 수단으로 삼으며 ‘버티면 버틸수록 더 많은 보상금을 받는다’는 뿌리 깊은 악습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문의 02-584-25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