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고 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통상 도급계약서에는 쌍방 간 약정 해지 해제 사유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위 계약서 상 약정 해지 해제 사유에 해당할 경우 당연히 도급계약서 상 규정에 근거하여 계약 해지 해제가 가능하지만 어떠한 사유가 계약서 상 약정 해지 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거나 아니면 약정 해지 해제 사유 외의 사유로 계약을 해제하고자 할 경우 민법 제673조를 적용하여 조합이 시공사를 상대로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민법 상 임의 해제권 행사 가부=민법 제673조에서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 시공사가 현재까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사실이 소명되며, 채권자 조합이 채무자 시공사에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통지하여 위 통지가 채무자에게 도달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도급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 시공사는 이 사건 계약 조건 제33조에서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 해지 사유를 명시하고 민법 제673조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였으므로, 채권자 조합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계약 조건에게 민법 제673조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규정한 부분은 없고, 이 사건 계약 조건에 따른 약정 해지 해제와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 해제는 그 법률요건이나 효과 등에 차이가 있어 양립이 가능하며, 달리 채권자 조합과 채무자 시공사 간에 민법 제673조를 적용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고 볼만한 소명자료가 없으므로, 채무자 시공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반대되는 하급심 판결=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이 사건 도급 계약은 단순한 도급계약과 달리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사업경비 대여나 분양업무 수행 등을 비롯하여 재건축 사업 시행과 관련된 복잡한 법률관계를 정하고 있어 도급에 관한 민법 제673조가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채권자 와 채무자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위 계약 제34조로 해제 해지 사유 및 절차, 정산,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한 점, 민법 제673조에 따라 채무자가 손해를 배상하고 언제든지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할 경우 그 해제로 인하여 복잡한 법률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자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채무자의 특성 상 손해배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와 채무자가 위 계약에 서 정한 해제 해지 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권 행사가 가능한지 분명치 아니하고 이는 본안 소송에서 충분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심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므로,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권 행사가 유효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는 바, 참고하기 바란다.

4. 결어=다소 엇갈리는 취지의 판결이 있긴 하지만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2.5.10. 선고 2000다37296, 대법원 2013.5.24. 선고 2012다39769 판결), 계약에 의하여 민법 제673조의 해제를 배제하는 내용을 특별하게 규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정해제권과 별개로 도급인에게 민법 제673조의 해제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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