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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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시공자의 귀책으로 공사계약을 해제했더라도 대여금은 갚아야 한다는 항소심의 판결이 나왔다. 조합 측은 시공자가 추가 사업비를 대여하지 않아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지난달 2일 주식회사 A가 B동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등을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조합과 연대보증인에게 대여금 3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조합은 지난 2014년 시공자로 선정된 주식회사 A와 공사가계약을 체결하고, 입찰보증금 중 3억원을 대여금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대여금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C조합의 연대보증인도 대여금 계약에 서명·날인을 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대여원리금은 입주지정기간 만료일까지 상환하기로 하고, 도급사업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정산처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공사가계약 체결 이후 조합이 사업추진비로 5억원을 추가로 대여해 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시공자인 주식회사 A는 조합에게 대여하기로 한 조합운영비 1,200만원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합은 2016년 4월 주식회사 A가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공사가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후 B조합의 조합원 과반수는 해당지역의 구청장에게 재건축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했고, 구청장은 2019년 4월 주민 공람·공고를 거쳐 구역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주식회사 A는 2019년 6월 조합에 공사가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하고, 대여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조합은 공사가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대여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합이 대여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주식회사 A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는 공사가계약 해제의 원인은 주식회사 A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주식회사 A는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된 이후 공사가계약 해제를 통지했기 때문에 조합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2016년 4월 조합이 시공자의 귀책사유로 해제통지를 한 만큼 해제에 대한 책임은 주식회사 A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계약서대로 조합청산시까지 매월 1,200만원을 조합운영비로 지급하지 않았고, 조합이 입찰보증금을 전환한 대여금은 사업추진비에 규정한 항목으로 지출했다는 점 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조합에 운영비와 추가 자금을 지급하지 않아 재건축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었다는 점도 감안했다.

그럼에도 귀책 여부와 무관하게 조합과 연대보증인은 대여금에 대한 반환 의무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조합은 공사가계약에 따른 채무 불이행으로 손해를 입은 만큼 손해배상과 대여금채권을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사가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조합이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조합의 귀책사유가 아닌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이 해제됐다는 사정만으로 대여금 변제 채무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사가계약 및 대여금 계약 내용에 따라 공사가계약이 해제될 경우 누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됐는지와 관계없이 계약해체일에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했다고 봐야 한다”며 “조합과 연대보증인은 대여금 3억원과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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