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왕 부대표·법무사 | 법무사법인(유한)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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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사실관계 및 쟁점

甲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甲조합’이라 함)은 2007. 9. 4. 사업시행기간을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3년’으로 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2008. 4. 22. 관리처분인가를, 2008. 12. 31. 사업시행변경인가(사업시행기간을 2011. 9. 3.까지로 1년 연장)를 받은 후, 이주를 개시하여 2009. 8. 17. 착공 및 동년 9월경 건축물의 철거가 완료되었다.

조합원 A는 2007. 11월경 분양신청 기간내에 분양신청은 하였으나 이후 분양계약 체결기간(2009. 11. 23. ~ 2009. 11. 29.)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사업시행기간이 경과된 2011. 9. 6. 甲조합에게 재결신청 청구를 하였다. 이후 甲조합은 2013. 7. 8. 사업시행기간을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84개월’로 하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다시 받은 후, 협의절차를 거친 이후 2013. 9. 16. 수용재결을 신청하였고, 2013. 11. 22. 서울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조합원 A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이의재결 이후 보상금 증액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최종 기각판결로서 패소하였고, 이와 별도로 본 건 청산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 수용재결 신청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2) 현금청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甲조합의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본 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조합원 A의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Ⅱ. 수용재결 신청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조합원 A는 수용재결 신청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청구원인을 주장하였는데, 당초 사업시행인가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 만료일인 2011. 9. 3. 까지 수용재결 신청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기간 내에 수용재결 신청을 하지 않거나, 위 사업시행기간 연장위한 변경인가 신청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재결신청 지연 책임이 발생하는 것을 회피하였는바, 이러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지연기간 동안의 연 20%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연가산금으로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주장이고, 구 도시정비법 (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동일) 제47조 및 조합정관 제45조 제4항에 따라 분양계약 체결기간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여 현금청산자가 된 경우, 분양계약 체결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150일이 경과하게 되면 현금청산금 지급지체에 따른 연 5%의 민사법정이율에 의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그 두 번째이다. (사실 원심에서의 원고 주장은, 수용재결 신청 청구일로부터 60일이 경과된 이후부터 수용보상금 감정평가기준일까지의 연 5%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이었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선해하여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첫 번째 주장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 즉 위법성과 피고 조합의 고의·과실에 대한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즉 원심에서와 같이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 신청청구에 대하여 지체한 경우 토지보상법 제30조에 따라 지연가산금 지급이라는 제재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구 도시정비법 제38조 조문 해석상 사업시행자는 수용권한을 행사할 권리만 가질 뿐, 신속하게 수용재결을 신청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두 번째 주장 즉 현금청산금 지급지체에 지연배상금 지급과 관련하여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47조 및 조합정관 제45조 제4항에 따라 현금청산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50일 이내에 현금청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현금청산금은 토지등소유자의 종전자산 출자에 대한 반대급부이며, 150일은 이행기간에 해당된다. 민법 제587조 후단에서도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금의 지급에 대하여 기한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고와 같이 종전자산을 출자하였다가 그 후에 조합관계에서 탈퇴하여 현금청산자가 되었을 경우에는, 현금청산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50일이라는 이행기간내에 현금청산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이행기간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주장내용에 이러한 취지의 주장이 포함되었다고 선해할 여지가 크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위와 같은 현금청산금 지급 지체에 따른 지연이자 청구권과 토지보상법상 재결신청 지연에 따른 지연가산금 청구권의 관계에 대하여, 양자는 그 근거규정과 요건·효과를 달리하는 것으로서 별개의 청구권이나 다만 토지보상법상 지연가산금에는 이미 ‘손해전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이중배상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양자의 청구권이 동시에 성립하더라고 현금청산자는 어느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양자의 청구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Ⅲ. 甲조합의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 청구

조합원 A는 甲조합에게, 현금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날부터 甲조합이 현금청산금을 실재로 지급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권원을 상실하였다고 보아, 분양신청기간 만료일 다음날인 2009. 11. 30.부터 수용재결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날인 2013. 11. 21.까지 임료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거나 또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먼저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본문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있을 때에는 종전 토지나 건축물 소유자 등은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 토지나 건축물을 사용 수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 항 단서에서 ‘사업시행자의 동의가 있거나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를 그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금청산자로부터 토지 및 건축물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용절차에 의할 때에는 부동산 인도에 앞서 현금청산금 지급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 해석론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은 법령 또는 정관에 따라 정비사업의 원활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협력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협력의무 중 하나인 현물출자의무에는 종전자산을 조합에 인도할 의무도 포함되고, 구 도시정비법 제47조가 조합관계 탈퇴에 따른 현금청산의무를 부과한 취지는, 조합원이 조합정관에 따라 현물출자의무를 이행한 후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현금청산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가 이미 출자한 현물의 반환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분양신청기간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자가 된 경우에 조합으로부터 적법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종전자산을 기존대로 사용·수익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일단 조합원으로서의 종전자산 출자의무를 이행하였으나 그 후 분양계약 미체결로 현금청산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을 상대로 기존에 적법하게 출자하여 인도한 종전자산의 반환을 다시 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甲조합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서 현금청산자가 된 조합원 A에게 이미 출자한 종전자산을 다시 반환할 필요는 없고, 단지 협의 또는 수용절차를 거쳐 현금청산금을 지급할 의무만 부담한다는 것이고, 甲조합이 기존에 출자받은 조합원 A의 종전자산을 보상금 지급없이 계속 점유하더라도 이를 권원없는 점유라거나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므로 甲조합에 대한 임료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없다고 판시하였다.

Ⅳ. 결론

먼저 수용재결 신청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위 대법원의 판시내용 중, 첫 번째 내용인 사업시행기간 경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것은 사업기간 경과로 인한 토지보상법상 조속재결 신청 지연의 사례에서 보여준 그동안의 판결내용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보이고, 두 번째 내용인 현금청산금 지급지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내용은 본인이 이미 해설한 바 있는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두46411 손실보상금 판결내용을 차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판시내용은, 조합원의 현물출자의무에 기초하여 선 보상원칙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규정 등을 축소해석하여 결과적으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본 대법원 판례(2020. 7. 29. 선고 2016다51170 청산금)는 4년 가까운 시간동안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었던 장기사건으로서, 분양계약 미체결자의 법적지위와 관련된 대법원의 최초 판시내용으로서, 향후 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의 리딩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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