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구역 내 부동산 임차인은 임대차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임대차보증금을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청구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70조).

이 규정이 있는 이유는 이렇다.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으면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나 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이전고시가 있은 날까지 이것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이때부터는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후 임차인 등을 상대로 있는 부동산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인도를 거부할 수 없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된다. 이런 임차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정비사업 시행으로 임차인 스스로 임대차의 해지와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합이 대신 보증금을 반환하도록 함으로써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면 임차인은 어느 시점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하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임차권자가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거나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상황 내지 이를 이용하는 형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전 단계에서도 임차인이 조합에 대해 임대차 해지 및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

최근 이 시점에서도 임차인이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전이라도 이주절차가 개시되어 실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그 경우로 든다.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피고 조합 역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후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주안내문을 발송하여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이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피고가 정한 이주기간도 원고들이 해지권을 행사한 후 불과 며칠 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주의할 점이 있다. 임대차보증금을 대신 반환한 조합은 임대인인 조합원에게 귀속될 대지 또는 건축물을 압류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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