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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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비사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정비사업이 주택공급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인 규제 정책을 펼쳐왔다. 정부는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정비사업을 지목하고, 역대 정권에서 나온 모든 규제를 총동원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주택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정부도 규제만으로는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주택정책도 규제와 더불어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해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지만,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부는 도심지 내 주택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결정했다. 지난 8·3대책을 통해 공공이 직접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에 이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공공 재개발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해제된 구역 등을 대상으로 용적률 상향과 자금지원,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조합원간의 분쟁이나 사업성 하락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구역들의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9월 공공재개발 공모를 앞두고 서울시내 약 30여개 구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됐던 곳이나 구역이 해제된 곳이 재개발을 다시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공공재개발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공재건축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재건축단지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재건축은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고, 층수도 최고 50층까지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규제 정책의 주요 대상이 재건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같은 공공방식임에도 공공재건축은 외면을 받고 있다. 재건축이 몰려있는 강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촌’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공공재건축에 대한 조합과 조합원의 심리적은 거부감도 이러한 강남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남의 주요단지들은 빽빽한 아파트보다는 주거환경의 쾌적함과 편리한 생활 여건, 높은 개발이익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공공재건축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주민들의 요구와는 정반대의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공재건축은 용적률과 층수를 상향해 개발이익의 일부는 조합원이, 일부는 공공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단지 내 주거환경의 쾌적성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당장 단지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높다. 거주 인원이 늘어나면서 주변 도로 등의 기반시설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는 부분도 부담이다. 차라리 세대수를 줄이더라도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더구나 용적률 상향으로 세대수가 늘어나더라도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크지 않다. 당장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공공이 분양하는 경우에는 분양가를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가가 높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굳이 개발이익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현재 상태에서도 재건축을 진행하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발생하는데 굳이 임대주택을 넣을 필요가 있겠냐”며 “공급세대수가 증가해도 재건축부담금이 증가하고, 개발이익의 90%를 환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는 단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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