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에게 동·호수를 우선 배정한다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도, 일반분양구간까지 포함해 동·호수 추첨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동·호수 재추첨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조합원의 분양권을 승계 받은 일부 원고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대구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양상윤)는 지난 10일 이모씨 등 6명이 A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동호수 추첨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조합은 지난 2015년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의결하고, 중구청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당시 관리처분계획에는 동·호수별 분양가를 정리한 표에서 조합원 분양세대와 일반분양세대를 구분해 명시했다. 또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 외의 구간 중 저층부(1~2층)와 우선배정 구간 외의 다른 동을 희망하는 조합원은 추첨 전에 시공자와 협의해 배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후 조합은 2015년 12월 조합원 분양아파트에 대한 동·호수 추첨을 실시해 이듬해 초 조합원에게 결과를 통지했다. 이어 조합은 일반분양절차를 진행하고, 일반분양계약까지 체결했다.

문제는 관리처분계획의 기준과 달리 일반분양구간을 포함해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구간에 배정된데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만으로 동·호수 추첨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한 주택 등의 분양청구권을 가지므로, 조합원으로서는 관리처분계획에 따른 동·호수 추첨권을 가진다”며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을 정해 조합원들에 대한 동·호수 추첨을 하기로 한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결의에도 일반분양 구간을 포함해 추첨한 것은 조합원 동·호수 추첨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위법한 동·호수 추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조합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와 감독을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합원 우선배정 구간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분양 구간의 세대를 원고에게 배정해 위법·무효이므로, 원고는 조합에 새로운 동·호수 추첨 및 배정을 구할 권리가 있다”며 “아파트의 분양계약이 대부분 체결되고, 이전고시가 이뤄져 동·호수 재추첨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법한 동·호수 추첨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손해발생시를 기준으로 아파트의 시가와 분양가를 고려해 산정한 평균 기대수익에서 원고들이 취득한 각 아파트의 시가와 분양가를 고려해 산정한 실제 수익을 뺀 차액”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 이모씨 등 5명에게는 62만6,428원~2,123만4,761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피고인 조모씨에 대해서는 분양계약상 권리의무를 수차례 순차적으로 승계한 만큼 동·호수 추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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