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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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시공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행법상 시공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합들이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내걸거나, 현장설명회 참석에 앞서 보증금 일부를 납부토록 하면서 경쟁을 막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요건이 3회 유찰에서 2회 유찰로 완화된 이후 건설사가 경쟁 없이 시공권을 따내는 ‘무혈입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 한 재건축단지. 시공자와의 본계약 과정에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자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자 선정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 6월 1차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현장설명회를 진행한 결과 1곳의 건설사만이 참여해 유찰이 됐다.

그리고 현장설명회 당일 2차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가 진행된다. 2차 현장설명회에도 건설사가 단독 참여하면서 2회 유찰로 마무리됐고, 현재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첫 번째 입찰공고에서 2회 유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16일. 입찰공고는 현장설명회 7일 전까지 공고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 당일을 제외하면 8일이 걸린다. 즉 입찰이 2회 유찰되는 최소한의 기간인 16일 만에 수의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입찰이 불발될 경우 재입찰공고를 하기 위해서는 대의원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장설명회에서 자동 유찰이 됐다면 1~2일 이후에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당 단지는 현장설명회를 오후 2시에 개최해 유찰이 결정된 지 불과 1시간만인 오후 3시에 입찰 재공고가 이뤄졌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편의 시나리오처럼 최초 입찰에서 수의계약 전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한 보증금이 논란꺼리가 됐다. 건설사의 입찰참여 조건으로 100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제시했는데,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현금 50억원을 선납하도록 했다. 특정 건설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장설명회는 말 그대로 해당 현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다.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조합은 현장설명회에서 설계도서와 입찰서 작성방법, 제출서류, 접수방법, 계약에 관한 사항 등을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사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조합의 설명을 들은 이후에 입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해당 단지처럼 현설보증금 납부를 요구하거나, 입찰보증금 금액을 높게 책정해 실질적인 경쟁입찰을 막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구역에서는 1,000억원이 넘는 입찰보증금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30여곳의 정비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한 상황이다. 용산 한남3구역과 서초 반포1단지3주구, 성동 한남하이츠 등 일부 구역은 제외하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한 셈이다.

실제로 올해 수주 1위가 유력한 현대건설의 경우 상반기에 약 10곳의 시공권을 확보했지만, 경쟁을 통한 수주는 한남3구역과 대전 대흥동1구역 등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구역은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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