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협상은 오랜 난제였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를 최대한 절감해야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시공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이나 마감재 고급화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비전문가인 조합이 시공자가 제시한 공사비가 적정한지 여부를 검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조합이 과도하게 낮은 공사비를 고집하게 되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당초 계획보다 아파트의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시공자가 제안한 공사비를 그대로 수용하자니 당장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조합과 시공자 간의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제도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조합 입장에서는 ‘검증’이란 제도에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공사비 협상과 조합원들의 불만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검증 절차를 이행하는 만큼 공사비의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사비 검증제도란 무엇이고,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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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검증, 조합과 시공자 분쟁 방지… 일정 비율 이상 증액되거나, 조합원 요청 시 진행=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제도는 과도한 공사비로 인한 분쟁과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전문기관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난 2019년 4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도입됐으며, 한국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정비사업 지원기구가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검증 대상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시공자와의 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비 증액, 조합원 요청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먼저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20% 이상이 사업시행자에게 검증 의뢰를 요청하면 조합 등 사업시행자는 검증기관에 검증을 신청해야 한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는 토지등소유자 10% 이상이 사업시행자 등에게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한국감정원에 공사비 검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시행계획인가 이전에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당초 계약금액 대비 누적 증액규모가 10% 이상인 경우에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와 같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5% 이상 공사비가 증가했다면 검증 대상이 된다. 공사비 인상비율은 생산자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만약 공사비 검증을 완료한 이후 검증 당시 계약금액에서 3% 이상 공사비가 추가로 증액됐다면 공사비 재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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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증액 시 변경 계약 체결 전에 신청… 설계도, 시방서 등 관련 서류 제출해야=공사비 증액에 따른 검증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시공자와의 공사변경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련 자료를 첨부해 검증을 신청해야 한다.

검증신청에 필요한 자료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에 따른 신청서 △공사비 목록 및 사유서 △사업개요 및 추진경과, 단계별 도급계약서, 시공자 입찰 관련 서류 △설계도 및 시방서, 지질조사서 등 공사방법 관련 서류 △공사비 내역서, 물량산출서 등 공사비 내역 증빙 자료 △기타 검증에 필요한 서류 등이다.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게 되면 계약서 상 공사계약에 관현 내용과 물량·단가의 적정성, 적정 물가상승률 등의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조합과 시공자간의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는 물론 조합원의 신뢰성 향상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증기간은 전체 또는 증액 공사비가 1,000억원 미만인 경우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이며, 1,000억원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접수일로부터 75일 이내에 처리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10일 내에 1회 연장될 수 있다.

다만 서류 미비 또는 추가 자료 필요에 따른 보완 기간은 제외된다. 수수료는 전체 공사비 또는 증액 공사비 규모에 따라 500만원부터 차등 적용된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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