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에서 인정하는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사업의 진행을 위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자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도록 특별히 규정한 것이다.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은 ‘토지 또는 건축물’인데, 이때 건축물이 의미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건축물의 정의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에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일반법인 건축법상 건축물의 정의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건축법은 건축물에 대하여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기타 이에 준하는 것을 포함시키고 있다(제2조제1항제2호).

대법원 판례는 건축물의 개념요소들에 관한 해석을 구체화하면서 ①토지에 고정되어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토지에 붙어 있는 상태가 보통의 방법으로는 토지와 분리하여 이동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면서 ②최소한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모두 갖춰져야 법률상 건물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여기서 과연 컨테이너나 차양시설 등과 같은 가설건축물도 매도청구의 대상인지 의문이 든다. 가설건축물은 말뜻 그대로 ‘임시로 설치’한 것에 불과하여 비교적 쉽게 철거나 해체·수거가 가능한 시설물을 의미한다.

건축법은 가설건축물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구조, 존치기간, 설치목적, 허가요부 등에 있어 건축물과 달리 규율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가설건축물은 건축법상의 건축물이 아니라고 보았다(2010두9334).

특히 컨테이너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컨테이너 밑에 나무나 에이치빔으로 받침대를 만들어 바닥과 사이에 공간을 두고 있어 지게차 등을 이용하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동이 가능하므로 건축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2011두11105), 건축법에서도 가설건축물의 한 종류로 열거하고 있다. 차양시설 또한 벽면이라고 볼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없이 단지 쇠파이프구조의 기둥 위에 강판 지붕이 얹혀 있는 철골구조물에 불과할 뿐 건축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설건축물은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굳이 건축물의 개념에 관한 법규정이나 대법원 판례에 의하지 않더라도, 매도청구권의 취지 또는 건전한 법상식에 기대어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재건축사업의 계속을 위해서는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통해 사업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데, 사업시행자인 조합 입장에서 가설건축물은 철거하거나 치워버리면 그만인 무용지물이므로 그 소유권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반면, 가설건축물의 소유자는 경제적 가치나 효용의 감소 없이 비교적 쉽게 가설건축물을 철거·해체·수거할 수 있으므로 원하는 다른 장소로 옮기면 그만이다. 재산권을 박탈당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더욱이 가설건축물이 매도청구의 대상이라고 할 경우 매도청구권 행사시기인 조합설립인가 즈음에 컨테이너 등을 여러 개 가져다 둔다거나, 또는 철골구조시설물을 곳곳에 설치해 둠으로써 의도한 만큼 매도청구의 대상을 늘릴 수 있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가설건축물까지 매도청구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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