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재건축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조속한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발표를 원하는 주민청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를 이유로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 하늘은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회색빛으로 물들어있다. [사진=이혁기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재건축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조속한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발표를 원하는 주민청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를 이유로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마포대교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 하늘은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회색빛으로 물들어있다. [사진=이혁기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조속히 결정해달라는 주민 청원에도 집값 상승 우려를 이유로 발표를 미루는 등 노후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시는 지난 6일 ‘여의도 시범아파트 안전사고 예방대책 수립 및 지구단위계획 발표에 관한 청원 처리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청원서는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이 노후화되면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단위계획을 조속히 결정해달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당초 시범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 청원서를 접수해 지난 3월 서울시의회에서 채택됐다.

이후 약 3개월 만에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발표는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할 경우 부동산시장 과열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청원 처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먼저 ‘안전점검 및 유지관리 등 공동주택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는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가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관리주체는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해 노후화된 시설물을 교체하거나 성능개선을 위한 보수·보강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구단위계획 행정 절차를 조속히 이행해달라는 청원에 대해서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발표 시기를 조절하겠다고 답변했다. 시는 이미 지난해 12월 여의도를 비롯해 반포와 서초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도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하면서 차일피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박교관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관리과 주무관은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발표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이룬 후 추진할 것”이라며 “여의도 아파트지구 내에서 진행중인 재건축사업 역시 시장 안정화 취지에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여의도에서는 노후 아파트 10여곳, 약 6,000가구가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오면서 여의도 통개발을 언급했다. 당시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여의도 일대 집값이 급등했고, 정부는 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박 시장은 돌연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수립 결정 및 발표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고, 일방적인 개발 발표로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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