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하는 위원장과 업무대행사의 대표이사에 대한 기소유예를 취소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일반 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이 유죄 취지로 처분을 내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은 법령개정 과정에서의 해석 차이에서 발생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인 A위원장은 서울 강동구 일원에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가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2017년 5월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인 B회사는 66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상태에서 한 일간지에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공고’를 하고, 조합원을 공개모집했다. 이후 C회사는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업무대행사였던 B회사로부터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 이어 2018년 10월 한 일간지에 조합원 모집광고를 게재하고, 11월 서울 광진구로 홍보관을 이전 개설해 조합원을 재모집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모법인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조합원 모집절차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 또는 직장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조합원을 모집할 경우에는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법의 부책에 따르면 해당 규정 시행일인 2017년 6월 3일 이전에 일간신문에 조합원 모집공고를 해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종전의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즉 ○○지역주택조합의 경우에는 개정 전에 이미 신문공고와 모집절차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개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A위원장과 C회사의 대표이사는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게 됐다. 기소유예의 경우 실제 기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범죄혐의를 인정하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정 주택법 부칙 조항에 따라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청구인들은 왜 기소유예처분으로 헌법재판소까지 가게 됐을까? 이번 처분의 이면에는 국토교통부와 구청, 경·검찰이 모두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광역자치단체에 주택조합제도 운영과 관련해 2017년 6월 3일 이후 조합원 모집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구 주택법 부칙의 경과조치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시행했다.

이를 토대로 강동구청은 추진위와 업무대행사가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신고’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청구인들을 주택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검찰에서도 위법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헌재는 신고조항 시행일 이전에 이미 일간신문에 조합원 모집공고를 했기 때문에 조합원 모집 신고사항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결국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주택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만약 국토부와 구청, 검찰 중 단 한곳만이라도 신중하게 법령을 해석했다면 청구인들은 억울한 일을 겪지 않았을지 모른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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