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처럼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다. 바로 ‘공공 재개발’이다. 그동안 집값 투기 요인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규정하고, 전방위 규제를 가하던 것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반면 시장에서는 공공 재개발을 통해 얼마나 많은 주택공급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 재개발은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지체된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다. LH·SH 등 공공기관을 참여시켜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4만가구를 지을 땅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하기 때문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 신규로 필요한 아파트는 매년 4만가구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공공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가구수는 4만가구로,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했지, 공급 시기에 대한 목표는 기약이 없다.

재건축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서 과연 충분한 주택공급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재개발의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으로서 재건축보다 공익적 목적이 크다는 판단했다. 그래서 공공이 관여한 정비사업의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재개발사업장으로만 한정했다.

주택공급이 목적이라면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 수요층도 고려해야 한다. 강남권에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반면, 그만큼 공급이 없다는 점은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정부의 이번 발표는 서울시내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인식한 반면, 더 이상 가용할 땅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확대도 모색하겠다는 점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집권 이후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논리보다는 오로지 집값 낮추기에만 중점을 둔 규제일변도 정책을 펼쳐왔다. 뒤늦게라도 공급부족을 의식한 정책을 발표한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아쉬운 부분은 ‘주택공급’이 초점이 아닌 ‘공공성’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서울 주택공급이 목적이라면 정비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곳 외에도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원만한 주택공급이 이뤄지고, 집값 안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공급을 위한 재개발에 ‘공공’이 핵심이 된 부분은 못내 아쉽지만, 이번 제도 발표를 계기로 정책 전환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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