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안전진단 강화, 코로나19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재개발·재건축에 큰 악재로 작용해왔던 요소들이다. 구도심에서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정비사업은 위축됐다. 이로 인해 수요는 높은 반면 주택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수도권 임대주택 의무건립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주택공급 부족 및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5%가 상한인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립 비율은 5%p 더해진 20%까지 높아진다. 여기에 지자체장 재량 범위도 최대 10%까지 확대된다. 바뀐 시행령은 이르면 8월 중 시행될 예정이며,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사업장부터 적용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경우 임대주택 의무 건립 비율은 최대 30%까지 적용이 가능해진다. 당초 서울시는 2022년까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확대를 발표했다. 향후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재개발사업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문제는 사업성 저하로 재개발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주택 건립 비율이 높아질 경우 일반분양분이 줄어들고, 사업성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재개발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조합원 50명이 모여 재개발사업으로 100가구를 지으면 30가구는 공사비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서민 주거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열악하고 노후된 달동네에 사는 영세 조합원도 서민이다. 임대주택 의무 건립비율을 강요하면서 이들의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책적으로도 모순이다.

정비사업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영세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방안은 간단하다. 임대주택 의무 건립을 강요할 경우 매입비용을 시세에 맞게 현실화시키면 된다.

공공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립 비율을 정하고 공사비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싼 가격에 강제로 매입해오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 당연히 사업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립 비율만 높인 반면 매입 가격에 대한 현실적인 상향 조정이 없다면 결국 사업 장기화로 인해 주택공급 부족 등 부작용만 발생할 게 뻔하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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