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매수하고 나서 매수인이 현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것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건물 일부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향후 식당을 운영할 생각으로 건물을 매입하였으나 건축물대장상으로는 그 부분이 업무시설로 되어 있는 경우이다.

식당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의 구조를 바꾸거나 증축을 한 경우라면 더욱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판례에서 문제가 된 사례를 보자. 매수인 A는 매도인 B로부터 10층짜리 여관 건물(건축물대장상으로 1층은 주차장, 2층은 근린생활시설, 3층은 일반음식점, 나머지 층은 여관)을 77억 원에 매수하였다.

A가 매매대금을 치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다음 건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2층 중 약 4분의 1 가량이 여관 객실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매도인 B가 무단으로 용도변경을 한 것이다. A는 B를 상대로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 내용은 이렇다. 민법상으로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한다. 이때 '하자'란 매매목적물에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인 성질이나 품질, 성능, 상태가 결여됐거나 법률적 제한 내지 장애로 매매목적물을 계약 당시에 의도했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2층 여관 객실로 사용되고 있는 부분은 비록 전체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하나 원상복구 비용으로 1,000만 원 가까운 돈이 들고, 무단 용도변경으로 인해 건물 시가도 3억 원 정도 떨어진다. 건축물대장에는 2층이 일반음식점으로 등재돼 있는 점을 봤을 때 이 건물은 A가 거래 당시 건물에 대해 기대했던 객관적 성질이나 상태나 결여된 하자가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매도인인 B는 하자담보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원상복구가 용이하지 않고 건물 가치도 떨어진다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인 성질이나 상태가 결여되고 건축법상의 제한으로 인해 거래 당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민법 제580조 단서는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A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무단용도 변경 사실은 A가 건축물대장과 현황만 비교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들로, A의 과실로 인해 알지 못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B에게 하자담보책임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보았다.

B가 제대로 방어를 한 결과인지, 기록상 B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용도에 대해 정확히 고지하지 아니한 B를 면책시킨 결론은 뭔가 공백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중개업자가 있었다면, A가 입은 손해는 중개업자라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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