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비사업 수주 트렌드가 바뀌었다. 분양가 상한제에 초과이익환수, 금융 등 규제가 강화된 반면 수주 물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실제로 한남3구역에서는 과당경쟁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주전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그 결과 각 건설사들이 ‘클린수주’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수주전에서 차별화 대신 ‘브랜드와 공사비’가 승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특화설계 등의 조건을 향후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사실상 제안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찰 및 현장설명회 보증금에 대한 기준’ 마련에 나서면서 제약이 따를 가능성도 높다.

 

건설사 클린수주 이뤄질까?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정비사업 수주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클린수주가 강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 발생한 과당경쟁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상 초유로 일부 지자체가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등 입찰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면서 준법준수 여부가 시공권 확보 경쟁에서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일부 조합은 입찰 전 ‘클린수주 확약서’를 받기도 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조합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클린수주 확약서를 받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입찰에 앞서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자 사전홍보를 실시한 5개사가 클린수주 참여 확약서를 제출했다. 확약서에는 경쟁사를 비방하지 않고, 조합에 향응이나 금품 등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클린수주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건설사들도 자체적으로 클린수주를 선언하는 등 준법수주 등을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GS건설, 대림산업의 경우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한남3구역 수주와 관련해 깨끗한 수주과정을 통한 입찰 제안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중 GS건설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개별 홍보활동 대신 사업제안서와 브랜드가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역시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준법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약 5년 만에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춘 5년 동안 혼탁한 수주 경쟁을 피하면서 쌓아왔던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국토부, 처벌규정 개정 추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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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과열 경쟁에 따른 검찰수사까지 진행됐지만, 법령 미비로 인해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처벌이 불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3개사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국토부와 시의 합동점검 결과 일부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의사를 표시하는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또 입찰참여 제안서에 이행 불가능한 내용을 기재해 입찰의 공정을 침해하고, 과장된 표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지난 1월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3개사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입찰에 나선 건설사들이 도시정비법이 아닌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처벌기준은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한 건설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후 국토부는 일선 사업장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법령 개정에 대한 주요 내용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처벌이 가능한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주 위법 행위 방지를 위해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며 “시공자 선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는 법령 개정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입찰·현설보증금 제약 예상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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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조합이 입찰공고를 통해 명시하는 입찰 및 현장설명회 보증금에도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정한 부동산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정비사업 부문으로는 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찰보증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과도한 요구를 차단하는 내용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또 현장설명회 전 입찰보증금 일부를 납부토록 명시하는 이른바 현설보증금도 금지시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입찰보증금·현설보증금을 통한 특정 건설사 또는 협력업체와의 담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현설보증금=수의계약’ 이라는 공식이 만연하게 퍼져왔다.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사업장조차 현설보증금을 내걸면서 유찰되는 사례가 발생했고, 수의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꼼수로 지목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조합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안정성을 높이고, 기간 단축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현설보증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과도한 현설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이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고문을 내고, 입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입찰보증금과 별도로 현설보증금을 내거는 것이 참여 자체를 막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칙적으로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건설사들의 참여를 제한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별화 대신 브랜드로 승부?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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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특화설계 등 차별화 대신 건설사 브랜드와 공사비가 수주 당락을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주전에서 일부 지자체가 건설사들의 특화설계 등의 사업조건을 가로막는 등 사실상 차별화를 통한 수주 전략 구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특화설계 제안을 금지시켰다. 특화·혁신설계를 허용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이 향후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에 대한 이주비와 이사비 등 각종 무상혜택지원을 담은 사업조건을 위법으로 간주했다. 즉, 조합의 설계안대로 공사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사업조건을 인정하겠다는 셈이다.

시의 방침대로 입찰이 진행될 경우 건설사가 내세울 수 있는 요인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들은 차별화를 담은 사업조건 제안 대신 브랜드 가치와 공사비에서 승부를 볼 것으로 보인다.

조합 입장에서도 과열경쟁이 재발할 경우 정부가 다시 실태점검에 나서는 등 강력한 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안내용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리·감독만 강화한 탓에 조합원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건설사들간에 경쟁을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화설계에 따른 공사비 증가가 걱정이라면 이미 검증을 골자로 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시정비법에 따라 공사비가 일정부분 상승할 경우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의무적으로 검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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