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에 앞서 기존 건축물의 철거는 필연적이다. 이주 막바지 정비구역 내 부분철거를 시작으로 하여 이주 완료 이후 전체 철거가 이루어진다. 많은 재건축·재개발조합과 시공사 등으로부터 철거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지 상황별로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조합의 철거 권한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명시적으로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기존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법 제81조제2항). 표준정관에서도 조합원의 이주 후 건축법에 의한 철거 및 멸실신고는 조합이 일괄 위임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재개발 표준정관은 행정대집행관련 법령에 따라 강제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동절기 철거가 가능한지=도시정비법은 시장·군수로 하여금 새벽이나 심야시간, 호우·대설·태풍·한파 등 기상특보가 발표된 경우 등에는 철거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이에 준하는 시기를 각 시장·군수 등이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였는데(법 제81조제4항),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서 동절기 강제철거를 제한하도록 규정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인데, 서울시는 한발 더 나아가서 매년 자치구, 법원, 경찰, 조합에 공문을 보내 동절기 강제인도 및 철거집행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동절기 3개월(12월~2월) 동안이나 인도 및 철거집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다. 그동안 사업은 꼼짝없이 중단될텐데, 그사이 불어나게 될 사업비 이자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업진행에 불가피하다면 동절기라도 인도 및 철거집행을 진행하여야 하고, 도시정비법이 정한 대설·강풍·한파 등 기상특보가 있는 경우에만 철거가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부산시도 조례에 “시장은 동절기 등 세입자 주거 안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시기에는 철거를 제한할 것을 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주거안정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시기로 제한하고 ‘철거’로 한정하여 인도 및 퇴거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 권고사항임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부산시 조례 규정에 찬성한다.

실무상 각 법원 집행관사무소에도 폭설이 내리거나 한파가 몰아닥치지 않는 한 동절기에도 인도 및 철거집행을 진행한다. 특히 단행가처분에 기한 강제집행은 유효기한 내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동절기여도 집행할 수밖에 없다.

다만 조합 입장에서도 운영의 묘를 살리실 것을 제안드린다. 예를 들어 이주기간에 동절기에 걸쳐 있다면 이주기간을 넉넉히 주어 가급적 동절기 이후에 철거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그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또한, 각 조합이 소재한 시·도 조례를 검토하여 동절기 철거제한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관할 법원 집행관사무소의 실무례 등도 살펴보실 필요가 있다.

▲조합이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철거가 가능한지=재건축에서 조합원으로부터 신탁등기를 받거나 현금청산자로부터 매도청구에 기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경우, 재개발에서 수용재결을 거쳐 현금청산자 건축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등과 같이 조합이 소유권을 확보한 경우에는 당연히 소유권에 기해 철거할 수 있다.

문제는 ①재개발 조합원 ②신탁등기를 완료하지 않은 재건축 조합원 ③매도청구소송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소유권등기를 넘겨받지 못한 재건축 현금청산자의 경우처럼 조합의 소유권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건축물 소유자로부터 철거동의서를 받을 수 있다면 소유자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철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개 조합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들이기에 철거동의서 제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경우라도 조합이 판결문 등 집행권원에 기해 강제인도집행을 받았다면 도시정비법이 정한 바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후 철거할 수 있고, 이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재물손괴죄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97도2877판결). 조합 입장에서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 조합원들에게라도 이주비 대출 신청을 받으면서 철거동의서를 함께 받아두는 것을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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