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자가 외국에 이민을 가면서 지인 이름으로 가등기를 해 둔다. 이때의 가등기는 후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매매예약을 하면서 해 두는 등기다.

두 사람 사이에 나중에 소유권이전을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지인 앞으로 가등기를 해 둔 이유는 ‘관리’를 위해서라는데, 부동산을 관리하는데 왜 가등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채권자들이 압류를 해도 소용이 없도록 가등기를 해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상대방과 짜고 허위의 법률행위를 하는 것은 무효다. 이런 법률행위의 요소가 되는 의사표시를 통정허위표시라고 한다. 그 무효는 누구든지 주장할 수 있다. 민법에서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해서는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로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가등기가 아닌 가짜 가등기이니 언젠가는 사달이 난다. 수년이 흘러 그 지인은 욕심을 부려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 가등기를 한 매매예약에 기한 본등기를 넘기라는 소송이다. 토지 소유자의 국내 주소가 없어서 공시송달로 소송이 진행되어 그 지인이 승소를 한다. 그 지인이 판결에 따라 본등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데 토지 소유자가 판결이 난 사실을 알게 되어 항소를 한다. 항소심에서 그 지인의 청구가 기각된다.

청구가 기각 되었음에도 그 지인은 1심 승소판결을 가지고 본등기를 해 버린다. 이후 그 지인은 이혼을 하면서 그 토지를 남편에게 재산분할로 넘겨준다. 그 남편은 현재의 등기명의자에게 토지를 매각하여 등기를 넘겨준다.

남의 이름을 빌려 가등기를 해 두었던 애초의 토지 소유자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현재 등기 명의자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재판이 벌어진다.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토지 소유자와 지인 사이에 매매예약은 짜고 한 통정허위표시이기는 하나, 본등기는 그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가등기를 기초로 한 것이 아니다. 본등기는 항소심에서 취소된 1심 판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 등기는 무효다. 취소된 판결에 따라 그 지인, 지인의 남편, 그리고 현재 소유명의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것이니 모두 무효다. 현재의 소유명의자가 통정허위표시를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자에 해당하는지는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현재의 소유명의자는 불의의 타격을 입게 되었다. 등기의 공신력이라는 오래된 논쟁거리와 연결되는 문제다. 현재의 소유명의자와 비교할 때 가짜 가등기를 만들어낸 종전 소유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실질보다는 가짜(명목) 보호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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