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정비사업 업계에서도 오래된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재건축을 할 것인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이다. 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노후화하면 정비가 필요하게 된다. 아파트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장이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에 취약한 경우 등 입주민의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에도 정비를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느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단지를 ‘갈아엎는’ 방식의 재건축을 할 것인지, 단지의 구조와 건축물의 뼈대를 남긴 채 대수선하는 리모델링을 할 것인지의 판단은 주민들의 몫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오래된 논쟁에 대해 심민규 기자와 이혁기 기자가 대담을 나눴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심민규(이하 심)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현수막들이 있죠. 한쪽에서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다른 쪽에는 ‘리모델링 추진준비위원회’가 달아놓은 두 개의 현수막입니다. 한 단지에서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혁기 기자,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죠.

이혁기(이하 이) 네. 심부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라이벌 같은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사업은 엄연히 다른 분류로 구분해야 합니다. 사업추진의 근거가 되는 법령부터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고, 리모델링은 주택법이죠. 다만 오래된 아파트를 정비한다는 목적이 동일하다보니 두 사업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역시 재건축 아닐까요? 강남의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일단 리모델링과 비교하면 사업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많이들 추진하는 것이죠.

  재건축이 반드시 낫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리모델링은 리모델링만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재건축의 경우에는 정부의 규제 폭탄을 그대로 다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규제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재건축보다는 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재건축이 규제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특별히 재건축에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사업성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한 거죠.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올라가고, 따라서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은 것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재건축이 사업성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련 규제를 모두 적용 받는 상황이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있죠. 사실 지금 상황에서 개발이익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입주한 후에 재건축부담금을 내야 한다면 조합원의 부담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또 일반분양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되고 있죠. 물론 리모델링도 일정 세대수 이상 일반분양을 하면 상한제를 적용 받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재건축에서는 일반분양가가 줄어드는 것은 곧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그렇더라도 정부의 정책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보면 재건축이 사업성면에서 우수하다고 봐야 하죠.

  아닙니다. 심 부장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오히려 리모델링이 사업성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재건축 예정인 아파트의 용적률이 200%를 넘는다면 재건축으로 지을 수 있는 세대수는 한정적입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이라면 250%가 최고죠. 물론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지만, 증가하는 용적률의 절반을 재건축소형주택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예외로 하겠습니다. 만약 기존 용적률이 250%에 육박한다면? 재건축으로는 답이 안 나오죠.

  기존 용적률을 잠시 까먹었네요. 이 차장 말처럼 기존 용적률이 높은 곳은 재건축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죠. 아니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죠. 과거 도시정비법 시행 초기, 혹은 그 이전에는 강남의 저층 단지들이 주로 재건축을 많이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저층 아파트의 재건축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중층과 고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과거보다 재건축의 사업성이 떨어진 이유는 규제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용적률 상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업성 부분은 단지별 특성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건 리모델링이 재건축을 절대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설계의 자유도라고 할까요? 재건축은 말 그대로 완전 철거 후에 신축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단지 내에 아파트와 공원 등을 배치하는 부분이나, 평면 설계를 최신 트렌드에 맞춰 구성할 수 있죠. 하지만 리모델링은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죠?

  하하하… 심 부장이 선을 넘네요. 리모델링에서 평면설계는 ‘역린’입니다. 사실 일선 조합들도 가장 불만인 사항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정부가 내력벽 철거에 대한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한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럼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낫다는 점을 인정하는 겁니까? 경쟁상대로 너무 싱거운 것 아닌가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리모델링이 평면설계가 어설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복층 설계나 별동 증축 등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면철거 방식의 재건축과 비교하면 설계의 자유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사업성 부문에서는 단지별로 차이가 있다면, 설계에서는 재건축의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럼 재건축이 더 낫다고 결론 내린 수 있겠죠?

  아니죠. 재건축도 약점은 있으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죠. 바로 연한입니다. 최근 재건축 추진 단지 중에서 30년이 지나도 안전진단에 막혀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곳들이 꽤 있죠? 반면 리모델링은 아시겠지만, 15년만 지나면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단지도 거의 없는 실정이구요.

  이젠 이 차장이 선을 넘는군요. 인정합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까지 강화시켜서 사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구역들이 있긴 하죠.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 재건축단지들이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이해가 되네요.

  네. 리모델링도 정부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혹은 재건축의 대안으로 지원했던 사업입니다. 하지만 내력벽 철거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면서 일선 현장에서의 불만이 높은 상황입니다. 결국엔 정부의 정책이 변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과거에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리모델링은 더 이상 재건축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죠. 단지 특성에 따라 각 사업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조합원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차장 오늘 수고 많았어요.

  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어느 사업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릴 사안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저 다른 사업일 뿐이니까요. 심 부장도 수고하셨습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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