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비구역 내 종교시설 보상처리를 위한 용역에 나섰다. 종교시설 보상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협의·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재개발·재건축 업계에서는 시의 기준 마련에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기준은 지난 2009년 서울시 균형발전본부가 마련한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이 유일했다. 해당 처리방안의 경우 기준이 개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불과한데다 사실상 조합이 종교시설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실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히 재개발구역에서는 종교시설에 대한 과도한 보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종교시설의 건축물 공사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주를 거부하면서 사업에 발목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구역에서는 다수의 종교시설이 존재해 사실상 협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심지어 법적 종교시설로 인정받지 못한 점집이나 철학관 등도 동일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종교시설과 함께 학교시설에 대한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 학교시설은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보상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협의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조합은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보상을 했음에도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의 모 재건축단지에서는 일반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이유로 학교발전기금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조합은 재건축에 따른 학교용지부담금 등으로 수십억원을 지급한 상황이었다. 청약경쟁률이 높다고 조합이 추가이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학교 측이 또 다시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이 시행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종교와 학교시설에 대한 명확한 보상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정치적인 셈법 속에서 누구도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시가 이제라도 보상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협의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은 종교와 학교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통해 종교·학교와의 분쟁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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