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의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고려하게 된다.

최근 초과이익환수제 재도입과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이 주춤하면서 리모델링에 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사업은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 않고 사용승인일로부터 15년만 경과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관심에 비해 법적·제도적 장치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아 현재까지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여 착공에 이른 단지는 매우 적다.

법적인 부분에 국한하여 살펴보면, 리모델링사업의 경우 정비사업에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같이 사업 전반에 적용되는 규정들을 총망라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법에 일부 규정들이 있기는 하나, 주택법은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규정된 법이어서 리모델링사업의 각 단계마다 필요한 구체적인 규정들이 충분히 담겨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권리변동계획 단계에서의 조합원들에 대한 통지·공람 절차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주 단계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임대차의무기간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 기존 세입자 등의 사용·수익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리모델링사업과 관련해서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또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같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최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이르면 2020년 2월 중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이 국회 통과를 거쳐 제정·시행된다 하더라도 그 때까지는 곳곳에서 법적 공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모델링주택조합들은 규약을 통하여 사업 진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정할 수밖에 없고, 법원 또한 조합이 진행한 절차가 적법했는지 문제된 경우 법령을 먼저 살펴보되, 법령이 없으면 규약에 따라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조합 실무상 규약 제정 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규정을 그대로 명시하거나 과거 건설교통부가 배포한 재건축 표준정관의 내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모델링과 관련해서는 표준정관이 보급된 바도 없어 참고할 자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사업 절차가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이와 같이 규약이 제정된 경우에는 규약을 준수하기 위해 리모델링사업에 요구되지 않는 절차들을 거치게 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규약에 반하여 절차를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가령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각종 인가·신고 절차를 규약에 그대로 규정한 경우, 관할 행정청은 근거 법령이 없는 이상 이를 받아 줄 수 없다. 결국 조합은 규약에 반하여 사업을 진행해 나가거나 규약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번거로운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리모델링사업 진행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을 참고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은 사업의 특성 또는 조합의 상황에 맞게 따로 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사업 전반을 이해하고 각 사업에 관한 법령을 분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리모델링사업은 수직 또는 수평증축을 하더라도 정비사업과 같이 일반분양분이 많이 발생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소유자들이 자신의 비용으로 건축물의 성능을 회복하고 개선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 준하는 각종 규제 및 인·허가 절차는 배제됨이 마땅하고 최소한의 규제 안에서 조합은 자율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리모델링특별법 제정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기도 하지만, 조합이 스스로의 규약을 만들 때에도 반드시 명심하여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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