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재개발·재건축의 한 축으로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신탁방식으로 사업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신탁사들 역시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수주 역량을 키우고 있다.

먼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조합들의 경우 사업추진 방식을 조합방식에서 신탁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대전 동구 삼성1구역은 지난달 18일 창립총회를 열고 KB부동산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하는 등 신탁방식으로의 재개발사업 전환을 확정했다. 이곳은 신탁방식 재개발사업을 통해 지하3~지상49층 높이의 아파트 1,612가구 및 오피스텔 210실 등을 짓는다.

지방의 경우 최근 신탁사들간에 수주전이 펼쳐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지난달 22일 사직1구역 재개발조합은 신탁사 선정 입찰 결과 한국토지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각각 사업 참여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조합은 현재 시공 파트너 선정 절차를 진행 중으로, 이달 20일 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날 경쟁입찰이 성립된다면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해 시공 파트너 및 신탁사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년도에는 신탁사들간에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업 참여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장대B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해 8월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 컨소시엄과 사업대행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신탁사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사업 참여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신탁사 선정 후 사업대행자 및 시행자 지정·고시를 받는 곳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부산 서금사5구역의 재개발사업 대행자로, 서울 한양연립과 대구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장에서 시행자로 지정·고시 받았다. 무궁화신탁도 대구 성당우방아파트와 부산 삼월주택에서 대행자로, 하나자산신탁은 제기1구역 등의 정비사업장에서 시행자로 지정·고시됐다.

이처럼 신탁사들은 정비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인력 확충을 통한 수주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무궁화신탁은 정비사업 부문 임원급 인력을 확충하는 등 수주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박영선 한국자산신탁 전 전무 등 임원급 인사 3명이 무궁화신탁에 합류했다. 이번 인사 영입은 정비사업 부문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여 영역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신탁과 대한토지신탁 역시 올해 경영키워드로 ‘재건축’을 설정하는 등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정비사업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 및 확충에 나선 것이다.

한편,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다.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비 조달부터 이전고시까지 재개발·재건축 전반을 운영하는 구조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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