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행정청의 요구로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했음에도 장기간 변경처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4년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정비구역이 해제됐다면 유효할까?

또 서울시가 조례로 다른 지자체보다 완화된 구역해제 요건을 시행하고 있다면, 해당 규정은 유효한 것일까?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이에 대해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모두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행정청의 늑장행정으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데 따른 정비구역 해제여서 조합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을 법한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재판장 이재영)는 지난달 17일 성북구 A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서울특별시장과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정비구역 해제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조합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뒤집고, 시와 구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A재개발구역은 지난 2005년 추진위원회를 승인 받고, 2009년 5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어 조합은 약 2년 후인 2011년 5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인가일로부터 4년이 되는 날인 2015년 5월 30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7년 1월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김모씨 등은 정비구역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구청은 정비구역 지정해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했다. 2017년 10월 시는 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를 넘지 못했다고 판단해 정비구역 해제를 고시했고, 구청은 조합설립인가와 추진위원회 승인을 취소했다.

문제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구청의 요구로 정비계획 변경을 접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2년 넘는 시간이 소비됐다는 점이다. 당시 구청은 일부 구역에 대한 제척을 담은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하라고 조합에 요청했다.

이에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했지만, 시와 구는 민원과 보완, 검토 등을 이유로 변경 처리는커녕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행정심판까지 진행했지만, 재개발사업은 약 3년 8개월가량 지연됐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비구역 해제고시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사업시행인가 후 4년 이상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조합만의 책임으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서울시의 경우 조례 상 해제요건을 완화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과도하게 완화했다는 등의 이유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고법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정비구역지정 변경신청이 관리처분인가 신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봤다. 시가 정비계획변경(안)에 대한 처리의사가 없었다면 관리처분인가 신청 등의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 조례도 행정청에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도시계획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의 해제를 결정하는 만큼 존중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법은 시와 구청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조합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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