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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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공자 선정을 앞둔 조합들이 건설사들로부터 혁신설계나 무이자 사업비 등 시공과 무관한 제안을 금지하거나,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의 과열경쟁 방지를 위한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별 입찰내용에 차별화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공사비가 시공자 선정의 주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용산 한남3구역은 지난 10일 조합사무실에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설명회는 지난해 11월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점검을 통해 시공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입찰 무효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시공자 후보인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무혐의로 종결했지만, 국토부와 시는 입찰절차를 다시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남3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대의원회를 거쳐 입찰 내용 등을 결정하고,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다. 1차 입찰에서 문제가 됐던 혁신설계나 무이자 사업비,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매입 등에 대해서는 제안을 불허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문제는 공사비다. 1차 입찰 당시 일부 건설사는 혁신설계나 추가제안 등으로 조합원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이 발생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원과 대의원들은 혜택이 줄어드는 만큼 공사비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가 무상 제공을 약속했던 금액만큼 공사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의원회 결과 재입찰에서도 공사비는 기존과 동일한 3.3㎡당 595만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요구는 공사와 관련이 없는 내용은 일체 제안을 금지하라는 것”이라며 “1차 입찰과 비교하면 특화나 무상지원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들 사이에서 공사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해지로 새로운 시공자 선정 절차를 앞두고 있는 서초 반포1단지3주구도 한남3구역과 마찬가지로 혁신설계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포3주구의 경우 공사비가 약 8,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그동안 수주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시의 방침대로 입찰이 진행될 경우에는 건설사가 내세울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아 사실상 공사비가 수주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과열경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실태점검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안내용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의 요구는 조합의 설계안대로 공사만 할 수 있는 내용을 제안하라는 것”이라며 “건설사가 제안하는 공사비가 수주의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조합이 제시한 예정가격에 맞춰 공사비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혁신설계 등 추가제안이 불가능한 만큼 공사비가 수주전략의 중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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