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도원아파트에 내건 플래카드
현대건설이 도원아파트에 내건 플래카드

“정당한 입찰과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우리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해주면 잘해 주겠다’는 식으로 영업하는 건설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건설사가 그래서 되겠습니까? 일부 주민들을 내세워 갈등을 부추기는 이런 건설사는 퇴출시켜야 합니다.”

신탁방식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 중구 도원아파트. 이곳의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두 번 모두 유찰의 아픔을 맛봤다. 1차 입찰에서는 응찰한 건설사가 아예 없었고, 지난달 30일 2차 입찰에서도 삼호가 유일하게 응찰하면서 유찰된 것이다.

두 차례 입찰이 유찰되면서 도원아파트는 2차 입찰에 응찰한 삼호를 대상으로 수의계약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건설사였기 때문에 삼호와의 수의계약 여부 논의는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입찰마감 이후 이상한 모습이 구역 내에서 목격되기 시작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현대건설이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현대건설이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은 것이다.

또 2월 3일에는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위원회에 난데없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도원아파트 인접지에 현대건설이 시공예정인 곳이 있어 이에 맞는 설계와 브랜드 관리가 필요해 이를 반영한 입찰제안을 준비했는데, 발주자가 설계변경을 허용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불참하게 됐다”며 “당사가 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업무 협조 바란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수주의지가 있으면 입찰에 정식으로 참여하면 되는데 이런 이상한 방식의 홍보전을 펼치는 데 대해 업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현대건설의 명성과 브랜드 정도면 대한민국 어느 건설사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며 “좋은 조건을 내걸어 주민들의 선택을 받으면 될 뿐인데 이런 행동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입찰 마감에 앞서 삼호 관계자를 만나 “다른 현장에서 협업해 보자”는 식의 회유까지 시도해 실망을 주고 있다.

한편 사업시행자인 한토신도 유감을 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입찰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현수막을 게재하는 등의 행위는 주민과 사업시행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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