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삼성물산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재등판은 ‘설’이 아닌 ‘확정’으로 굳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왕의 귀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의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지난 2017년 인근 방배5구역 이후 처음으로 현설에 나타나면서 약 3년 만에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뿐만 아니라 주요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양천구 목동7단지의 재건축사업 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석했습니다. 앞서 같은해 11월에는 목동5단지 안전진단 설명회에, 10월에는 용산구 한강맨션아파트의 재건축사업 설명회에도 참석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주요 재건축사업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 놓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왕의 귀환 소식에 업계는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삼성물산은 지난 6년 동안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때 재개발·재건축 철수설까지 돌았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은 이 기간 동안 시공능력평가 1위를 한 순간도 놓친 적이 없습니다. 1위 기반이 된 ‘래미안’이 갖춘 브랜드 파워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여기에 ‘혼탁한 수주 경쟁’을 피하면서 쌓아오고 있는 깨끗한 이미지는 정비사업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동안 공공의 수주 불법 행위 감시는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금품·향응을 제공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이 강화됐습니다.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이주비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찰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엄격해진 정부 제재는 일부 건설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했지만, 삼성물산에서는 복귀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 규제로 관리·감독이 강화된 반면, 삼성물산의 수주 경쟁력은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즉, 삼성물산으로서는 수주전에서 과도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도 6년 동안 쌓아온 ‘청렴’ 이미지와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해 볼만 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정비사업 왕’으로 평가 받던 삼성물산의 재개발·재건축 복귀가 수주전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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