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정부와 정비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주거환경개선은 물론 기반시설 확충에 중점을 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 취지에 위배되고, 쪼개기식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을 통해 ‘실수요를 위한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수도권에 30만가구를 짓고, 도심지역은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례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사업시행 면적을 기존 1만㎡에서 2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성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해당되며,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제외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공공성 확보 방안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기업이 시행자로 사업에 참여,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 지구단위계획 등 수립 단계에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의무화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면적을 넓힐 수 있는 곳들이 한정적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분양가상한제 제외, 용적률 완화 혜택은 임대주택 건립 등을 통한 공공성 확보가 선제조건이기 때문에 되레 사업성 저해 요인으로 꼽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성 확보를 통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적용받는다고 해도 부족한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규모 정비사업 특성상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신규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난개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기존 뉴타운이나 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각 개별구역의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기반시설 등을 광역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일부 구역이 해제되긴 했지만, 도입 취지나 목표는 아직까지도 분명한 상황이다. 즉,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이러한 도입 취지와 목표가 담긴 도시정비법 시행 취지에 전면 위배된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 시행 목적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법적 체계를 재정비했다. 가로주택정비는 2012년 도시정비법에 도입된 이후 2018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이관시켰다.

전문가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사실상 기반시설을 정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엄정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계획적인 도시로 개발된 곳에 비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주거지역이 더 많다”며 “이곳에서 도로나 상·하수도, 공원 등 도시 인프라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보다 재개발·재건축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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