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목련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공문
대구 수성구 범어목련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공문

올해 지방 재건축 최대 이슈 사업장으로 꼽히는 대구 수성구 수성지구2차우방타운의 시공권 싸움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일 입찰마감 결과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이 참여했고, 최종 승자는 이달 30일 총회에서 가려지게 된다.

특히 현대가(家)의 경쟁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양 사 모두 대안설계를 제시하면서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최고의 조건으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스카이브릿지나 테라스하우스 등 서울 강남에서나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들이 알려지면서 조합원들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 혼탁 양상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대안설계를 제시하면서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반드시 제출해야 할 서류인 설계도면과 내역서를 제출하지 않아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현대건설의 대안설계가 인접한 단지의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새로운 이슈가 제기됐다. 수성지구2차우방타운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시 북쪽에 위치한 범어목련아파트에 대한 일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인접 동의 층수를 24층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대안설계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34층으로 무려 10개 층이나 높게 제안했다. 추가로 35층까지 올릴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정비구역 지정을 어기는 셈이 된다.

그러자 재건축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범어목련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수성지구2차우방타운 조합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준비위는 “정비구역 지정 심의 때 목련아파트 단지에 대한 일조권 영향과 관련해 최종 결정한 설계의 102동 위치 24층 높이를 위반하고 오히려 10개 층을 높여 34층으로 대안설계를 제안(현대건설)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대안설계 추진 시 목련아파트 단지 거주자들의 일조권 및 조망권에 심각한 피해로 재산상 손해가 불가피하여 관계기관에 시정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수많은 민원이 준비위에 제기되고 있다”며 “수성지구2차우방타운 재건축조합에서도 이런 사항을 인지해 합당한 조치를 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범어목련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도 “현대건설이 ‘일단 따고 보자’는 식으로 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우리 단지 일조권을 침해하고도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준비위와 주민들은 수성지구2차우방타운 재건축조합에 항의 공문을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구청에도 강력하게 민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단지 남쪽에 배치한 단독 빌라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빌라동 4개가 지하에 위치해 있어 용적률과 건폐율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른다. 지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하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현대건설의 주장과 달리 지하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정비구역 지정 당시 정해진 건폐율 기준을 넘어서게 된다.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아울러 자연녹지를 둘러싼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부채납 면적에서 자연녹지를 제척했는데, 조합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 없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조합이 도로나 공원을 기부채납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게 돼 있다.

한 조합원은 “30년간 주민들이 재산세를 내면서 소유하고 있는 소중한 재산”이라며 “현대건설은 왜 자기 마음대로 시에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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