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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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제처와 국토교통부가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에 승계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정비업체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사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일선 조합에서는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를 승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법제처와 국토부는 현행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표 제5조제3항에 “별표 제5조제1항제2호를 제외한 제1항 각호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체를 승계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즉 정비업체의 업무범위는 운영규정 제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작성 및 변경 △조합정관 초안 작성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징구 △조합의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의 준비 및 개최 △그밖에 법령의 범위 내에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하는 사항 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조합 이후의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제처와 국토부의 유권해석은 합당할 것일까. 법령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당 규정에 대한 자구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의 제·개정 취지와 법률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정비업체의 승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정비업체의 업무와 기능, 선정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해 보기로 한다.


먼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1조에는 추진위원회의 기능을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32조(추진위원회의 기능) ①추진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1. 제102조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 한다)의 선정 및 변경
2.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
3. 개략적인 정비사업 시행계획서의 작성
4.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5. 그 밖에 조합설립을 추진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추진위원회의 업무 등) 법 제32조제1항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말한다.
1. 법 제31조제1항제2호에 따른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의 작성
2.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의 접수

3. 조합의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이하 “창립총회”라 한다)의 개최
4. 조합 정관의 초안 작성
5. 그 밖에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으로 정하는 업무

법 제32조제1항 1,2호는 정비업체와 설계업체의 선정 관련 조항이며, 나머지 3호 내지 5호로 조합설립을 준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 고유 업무이다. 


또한 ”제102조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라고 명시하고 있는 바, 법 제102조는 다음과 같다.
 

도시정비법 제102조(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 ①다음 각 호의 사항을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한 자문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 또는 변경(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제외한다)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주택의 건설 등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등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
2. 조합설립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3.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의 작성
4.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5.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6.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
7. 제118조제2항제2호에 따라 시장·군수등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추진위원회 설립에 필요한 다음 각 목의 업무
가. 동의서 제출의 접수
나. 운영규정 작성 지원
다. 그 밖에 시·도조례로 정하는 사항

즉 법 제32조제1항1호에는 “제102조에 따른”으로 명시함으로써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를 법에 명시된 전체 범위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법제처와 국토부 회신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한 별표 제5조제3항의 경우 정비업체가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 자신을 선정하는 업무 외에는 모두 위탁 관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명시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계약을 종료하라고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한 것은 무리가 있다.  


만약 정비업체의 용역계약 범위를 추진위원회의 기능으로 제한하고자 했다면, 도시정비법 제32조나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표 제5조에 “제102조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이 아니라, “제102조 제1항 1호 내지 3호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으로 명시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도 2006년 질의회신을 통해 유사한 답변한 바 있다.
 

서울시 질의회신 [2006-10-12. 접수번호 009874. 주거정비과] 담당 : 윤옥광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4조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라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해당하므로 위 인용규정에 따라 조합에 승계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추진위원회의 기능)
①추진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안전진단 신청에 관한 업무
2.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 한다)의 선정
3. 개략적인 정비사업 시행계획서의 작성
4. 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5. 그 밖에 조합설립의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 

이처럼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는 법 제102조에 따른 모든 업무 범위로 계약할 수 있으며, 조합에 정상적으로 승계된 후 조합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관리 운용 매뉴얼’(2010.09 발행)도 동일한 내용으로 작성됐다. 서울시는 2010년 9월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관리 운용매뉴얼’을 작성, 배포한 바 있다. 매뉴얼 중 ‘Ⅱ. 정비사업 단계별 업무 내용’ 중 ‘C.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 의 73쪽에는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할 정비업체의 업무를 도시정비법에 정한 모든 업무 내역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관리 운용 매뉴얼
1. 정비업체의 업무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
·조합설립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의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사업시행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

더불어 서울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기준에도 정비업체의 용역 계약범위를 폭 넓게 인정하고 있다.

법 제118조(정비사업의 공공지원) ⑥공공지원의 시행을 위한 방법과 절차, 기준 및 제126조에 따른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의 지원, 시공자 선정 시기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도조례로 정한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기준
제17조(계약의 체결)
②추진위원회등은 총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그 업무범위 및 관련 사업비의 부담 등 사업시행 전반에 대한 내용을 협의한 후 계약을 체결하고 그 결과를 e-조합시스템 및 클린업시스템에 공개하여야 한다.

도시정비법은 공공지원을 시행하는 경우 그 절차나 기준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공공지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기준’을 고시했다. 


이 ‘선정기준’ 제17조에서도 선정된 정비업체와 그 업무범위 및 사업시행 전반에 대한 내용을 협의한 후 계약을 체결토록 정하고 있다. 


또 ‘선정기준’에서는 업체평가 점수에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실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용역계약 범위를 추진위 관련업무로 제한한다면 굳이 업무범위나 사업시행 전반에 대한 협의나 실적은 필요하지 않다. 


특히 ‘조합설립’ 실적에는 공공지원에 의한 추진위 승인 실적도 포함시키고 있다. 서울시가 법에서 위임받아 고시한 ‘선정기준’이 합법이라면, 이를 준수하여 계약 체결된 모든  정비업체의 용역계약도 합법인 것이 당연하다.


그동안 법제처가 해석한 내용이 모두 법령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정비법 상 추진위원회 동의자는 조합설립 동의자로 본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추진위원회 동의자도 추정분담금 정보제공 후 다시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또 총회의 서면 징구 업무나 투개표 관리업무는 등록된 정비업체만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지만, 해당 해석을 근거로 신청한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은 기각된 바 있다. 


법제처는 법령을 심사하고, 법령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해석을 내리고, 불합리한 법령을 정비하는 등 법제에 관한 사무를 전문적으로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하지만 이번 해석으로 인해 합리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한 조합에 범법자의 누명을 씌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제처가 갖는 지위와 위상에 맞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박일규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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