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금천구 반지하 체험을 언급했다. 지난해 서민들의 고충 체험을 위해 옥탑방으로 시장실을 옮기고 한 달 살이를 마친지 약 1년여 만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천구 반지하 체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박 시장은 “여름에 바닥 온도 50도를 견디며 옥탑방 경험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며 “약속은 지켜야 하니 한 달 내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금천에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지난해 여름 한 달 동안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역대 최고 폭염이 발생한 한여름에 이뤄진 약 한 달간의 옥탑방 생활이었다. 삼양동 생활을 마무리하며 내놓은 방안은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이다.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게 핵심이다. 시 재정을 강북권 발전을 위해 우선 투자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바뀐 게 없다. 삼양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다녀간 후 무엇이 변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북권에서는 직권해제 대상 재개발사업장에서도 주민 민원 처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주민 호소도 들린다. 


시는 사직2구역의 경우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한 직권해제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재개발 중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사이 구역 내 사람이 살고 있는 노후주택은 힘없이 무너졌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인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일대의 경우 ‘노포(老鋪) 보존’을 이유로 잠정 중단 및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처럼 강북권 시민들의 생활환경은 기존보다 나아진 것은 없다. 사실상 ‘보존·개발 중단·재검토’만 강조하면서 발전을 가로막고, 시민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박 시장의 약속 이행 언급으로 금천구 반지하 체험이 가시화되고 있다. 체험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삼양동과 마찬가지로 시민 혈세로 월세를 내고, 공무원들이 시장에게 직접 보고할 업무가 생기면 반지하를 찾아 결재를 받는 등 효율성만 떨어질 뿐이다. 시민고충 ‘체감’은 목적 없이 단순히 ‘체험’으로만 끝나게 되는 셈이다. 


시민들에게는 시장 업적으로 남을 사업과 체험보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더 절실해 보인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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