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비사업에 유례없는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3곳에 대해 입찰 무효와 함께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점은 ‘시공 외 금전적인 이익 제공’과 관련된 내용이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이사비와 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 재산상의 이익을 요청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주비도 대출이자를 대여하거나 추가이주비를 금융기관의 조달 금리 수준으로만 제안할 수 있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이른바 ‘돈 전쟁’을 펼쳤다. 각종 무이자·무상지원 혜택을 제시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인 LTV 40% 이상의 이주비와 1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20여건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판단이다.


국토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이 밝혀지면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도 조합에 극약처방을 내렸다. 국토부 시정명령대로 입찰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건설사와 조합 양측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향후 건설사 3곳은 한남3구역 시공권 확보는커녕 2년 간 정비사업 입찰 자격을 잃을 수 있고, 조합은 시공자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늘어난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도급 순위 10위권 내로, 인지도가 높다. 그만큼 명성 높은 건설사가 정비사업 처벌 규정에 대한 법률지식을 모를 리 없다. 간과하고 있거나 일단 따고 보자는 식으로 수주전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과당경쟁은 조합과 건설사 양측 모두에게 불필요한 출혈을 발생시켰다. 건설사들은 과당경쟁을 멈춰야 한다. 공정경쟁을 통해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과당경쟁으로 정비사업은 비리라는 잘못된 공식이 만들어졌고, 공공의 개입과 규제 강화에 대한 명분을 줬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도입된 이유도 건설사들의 수주 과당경쟁에서 비롯됐다. 


공정경쟁을 통해 정비사업이 규제 대상이 아닌, 주택공급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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