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재개발 조합장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을’ 업체에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업무를 대행하도록 위탁하였고, ‘을’ 업체는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업무를 대행하였다. 


검찰은 ‘을’ 업체 대표자를 도시정비법상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이 법에 따른 정비사업을 위탁받은 자”로, ‘갑’ 조합장을 그 공범으로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기소하였다.


‘갑’과 ‘을’은 재판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에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은 포함되어 있으나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하급심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은 최초의 수립만을 의미하고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아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변경’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하급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리처분계획을 최초로 수립하는 경우에는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만 위탁을 할 수 있지만 그 후 경미한 사항이 아닌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무자격자의 관여가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지 않다.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와는 달리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당초 관리처분계획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력을 상실한다. 이때 당초 관리처분계획이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당초 관리처분계획이 유효하게 존속하다가 변경 시점을 기준으로 장래를 향하여 실효된다는 의미이다. 당초의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이나 전부 개정 전의 구법에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ㆍ군수등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관리처분계획을 변경ㆍ중지 또는 폐지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현행 제74조제1항).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려면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변경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인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에는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변경인가신청을 대행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대법원이 장황하게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하였으나 구차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비사업의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법문 해석이 훨씬 간단한 문제일 수 있다.
 

김영진 변호사 / 법무법인 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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