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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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 범위를 ‘추진위 업무’로 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실상 조합이 설립되면 정비업체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비업체 등 용역업체가 추진위·조합에 사업비용을 대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신설했다. 지난 3월 정부가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한 정비사업 공공성 제고 방안을 담은 개정안인 셈이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정비업체 업무 범위와 벌칙 규정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추진위원회는에서 선정한 정비업체는 추진위원회의 업무와 관계없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업무기간도 조합설립인가 전까지만 가능하다.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가 사업 마무리 단계까지 계약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비업체를 포함한 협력업체가 추진위·조합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도 금지된다. 만약 정비업체가 업무 범위를 넘어서거나,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이 취소되고, 2년 이하·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업초기 자금 조달의 현실적인 방안이 금지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공공지원을 통해 사업초기 자금을 대여 받긴 하지만, 대상과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금액도 한정적이어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금조달 방법은 규정하지 않은 채 기존 자금줄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보조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정비사업 관련 불법이 추진위와 정비업체의 유착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제처에서도 정부의 발표를 감안해 정비업체의 업무 범위를 추진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문제는 법제처에서도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는 점이다. 즉 법령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제처가 먼저 ‘승계 불가’ 해석을 내린 후 ‘짜 맞추기’식 법령 개정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허미경 회원지원부장은 “정비업체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추진위의 업무를 대행하는 만큼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조합 업무를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며 “자금 지원 방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대여를 막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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