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임원자격 요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이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도시정비법의 핵심 내용은 앞으로 정비사업 조합 임원이 되려면 구역 내 거주해야한다는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립된 곳도 주민 동의를 받으면 직권해제가 가능해진다. 공사비가 일정비율 이상 상승할 경우 한국감정원에 검증을 받아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 가운데 조합 임원 자격요건의 경우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규정이 담긴 개정 도시정비법은 지난 4월 공포된 후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 이달 24일부터 일선 현장에 적용된다.
 

임원자격·결격사유 강화… 주거권 침해 등 논란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이달 말부터 개정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거나, 일정 기간 이상 토지 등을 소유하지 않은 조합원은 조합 임원이 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받고, 유능한 인재를 배척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조합 임원 자격요건의 경우 그동안 조합 상황에 따라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지만,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시켰다.


개정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조합 임원이 되려면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하고, 선임일 직전 3년 이내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정비구역에 위치한 건축물이나 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할 경우에도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 재건축의 경우에는 건축물과 부속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조합장의 경우 자격 요건은 더 강화됐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조합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까지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만 직무 유지가 가능하다.


개정 도시정비법 제41조제1항에 따르면 “조합장은 선임일로부터 제74조제1항에 따른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까지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즉, 조합장으로 선임이 되면 선임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는 반드시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개정 도시정비법이 헌법 규정과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구역 정서나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구역 내 일정 기간 동안 거주 의무 규정을 포함시킨 취지는 이해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헌법 제1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임원자격 요건이 강화될 경우 정비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비사업을 진두지휘 할 조합 집행부를 구성할 때 법 규정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유능한 인재를 배척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률사무소 국토 김조영 대표변호사는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의 경우 정비구역 내 세입자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개정 도시정비법으로 임원 자격요건이 강화된다면 결국 70%에 해당하는 조합원들의 조합장 피선출권이 박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조합원 중 유능한 사람을 조합 집행부에서 배척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비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탁상공론으로 법을 개정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조합임원 및 전문조합관리인에 대한 결격사유도 확대시켰다. 조합 임원이나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정되려면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10년이 지나지 않아야 한다. 현행법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5년이 지나면 조합 임원 등의 자격이 주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할 수 있는 조건은 기존보다 완화됐다. 현행법에는 조합임원의 사임이나 해임, 임기만료 등의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부터 6개월 이상 선임되지 않은 경우 전문조합관리인에 대한 선정이 가능하다. 개정 도시정비법에서는 이러한 규정에 더해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출석 후 출석 조합원 과반수가 동의하는 경우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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