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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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의 시공자 선정이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잡음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양사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처음으로 맞상대하면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돼왔습니다. 역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어느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무효 처리된 6표 때문인데요.


지난달 28일 열린 고척4구역 재개발 시공자 선정 총회는 전체 조합원 266명 가운데 서면결의를 포함해 총 246명이 참석했습니다. 투표 결과 126표를 받은 대우건설이 120표를 확보한 현대엔지니어링을 6표 차이로 누르고 시공권을 확보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공식 기표도구 외에 볼펜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총 6표가 무효처리된 것이었습니다. 이중 4표는 대우건설, 2표는 현대엔지니어링에 해당됐습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거머쥘 수 있었던 시공권을 눈앞에서 놓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총 122표를 획득하면서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에 대한 의결 방법을 정관에서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을 경우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시공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무효표 인정 범위를 두고 양사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각각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우건설은 투표 전 볼펜 등이 마킹된 용지를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개표가 진행되기 직전에 기표 도구 외에 볼펜 등으로 표기한 표는 무효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주장입니다.


조합은 총회를 다시 열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구역 내에서는 기표 도구만 다를 뿐 대우건설에 소중한 한 표를 준 조합원들의 마음이 왜곡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업기간과 비용만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만약 6표가 유효표였다면 대우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는 2차 경합을 택했습니다. 시공자 선정 총회는 장소 대관 외에도 법적으로 조합원 과반수 참석을 요구하고 있는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됩니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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