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누군가 당신에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떠한 대답을 내놓겠습니까?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곤경에 빠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대명제를 던져 놓고 의견수렴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사례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재개발·재건축 지역 길고양이 보호’ 온라인 공론장을 개설하고 시민 의견수렴에 나섰습니다. 시 민주주의 시민토론방에는 ‘재개발·재건축시 길고양이 보호조치를 만들면 어떨까요?’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6월 말 기준 찬성 91%, 반대 9%로 나타났습니다. 투표는 정비사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보호 여부를 묻는 것은 당연한 명제라는 점입니다. 길고양이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묻는 게 더 적절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에 확인해본 결과 길고양이 포획 및 보호소 설치 등 보호 비용과 방법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길고양이 보호대책은 조합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실 길고양이 보호조치 정책이 정비사업에 적용된다면 조합과 조합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맞습니다. 정비사업 특성상 빠른 사업 진행 속도가 사업성을 좌우합니다. 그런데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 법에서 정한 수십까지 행정 절차에 길고양이 보호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면 조합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만약 재개발을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가 길고양이를 구역 내에 풀어놓는다면 사업 추진은 불가능할까요?


아직까지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시는 세금으로 충당하지 못하겠고, 사유재산인 조합원들의 돈으로 생색을 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보호 조치는 생명존중이라는 기본 윤리를 지키는 차원에서 사람으로서 배려해야 할 정책인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존엄한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질의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길고양이 보호조치 필요성에 대한 여론 형성을 통해 마치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인식만 씌워놓는 게 아닐까요.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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