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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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부터 징수되는 돈을 ‘도시공원 일몰제’에 보상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자체가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입된 제도입니다. 오는 2020년 7월부터 실효예정인 사유 공원부지를 전부 보상하기 위해서는 무려 13조원가 넘는 예산이 필요합니다.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도 국고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향후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현금을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사유지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도로나 공원, 공공시설 등 정비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현금 기부채납’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바로 이 돈을 도시공원 사유지 보상에 쓰겠다는 것입니다. 신반포12차·21차, 신사1 재건축 등이 현금 기부채납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현금 기부채납을 결정하는 구역들이 줄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정비사업을 생활 적폐로 규정함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고 있는데다, 각종 금융규제들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에 대한 세입자 보상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도 상향될 예정입니다.


심지어 현금 기부채납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도시공원 일몰제에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가 현금으로 납부한 기부채납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조성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그런데 정비기금은 기본계획의 수립이나 안전진단 및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운영자금 대여 등 사용 목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시·도조례로 정해야 정비기금을 도시공원 일몰제에 사용할 수 있는데, 조례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발표부터 한 것입니다. 만약 서울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조례 개정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말 공약한 주택공급 8만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비사업의 시행이 선행돼야 합니다. 박 시장이 발표한 주택공급 중에서 임대주택의 상당 부분을 재개발·재건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박 시장의 공약은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부담금은 어떨까요? 재건축부담금 역시 정비기금의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강남 대치쌍용1·2차는 재건축부담금에 대한 우려로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정작 정비사업은 추진되지 못하는데, 정비사업 관련 세금은 쓸 곳이 많아 보입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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