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중구 태평아파트는 ‘77태평아파트’란 명칭으로 더 유명하다. 지난 1977년 1월 준공됐다는 뜻으로 아파트 명칭 앞에 ‘77’이란 숫자가 붙은 것이다. 인근 ‘78태평상가아파트’와 구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태평아파트는 준공년도에서 알 수 있듯 오랜 시간을 버텨낸 단지다. 무려 4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재건축은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주택과 상가 소유자들의 생각이 서로 달랐던 까닭이다. 그런데 최근 태평아파트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정원호 조합장이 새롭게 선출된 이후 재건축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시공자로 삼호를 선정하는 등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 조합장을 만나 재건축 정상화에 대한 비결을 물었다.

[사진=심민규 기자]
[사진=심민규 기자]

▲태평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현재 태평아파트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소규모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서 기존주택의 세대수가 200세대 미만인 경우에 한해 진행할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보다 사업절차가 다소 간소하기 때문에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2020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우리 단지는 1977년에 건설된 만큼 노후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벽과 지붕에 균열이 생겨 비가 새는 집들이 많다. 옥상에 방수처리를 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붕괴의 위험도 있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재건축을 시작했지만,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해진 상황이다. 아파트 주민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든다. 하루라도 속히 재건축을 완료해 명품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단지 노후도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사업이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우리 단지는 지난 2003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2005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후 2006년 11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지만, 지난 2008년 재건축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져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당시 내부적으로도 주택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간의 이견이 발생해 원만한 진행이 어려웠다. 그 사이 조합장도 3번이나 바뀌었다. 재건축 결의 무효 판결 이후 약 10년간 사실상 사업이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0년 넘게 멈춰 섰던 재건축이 조합장 당선 이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재건축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단지는 무려 14년간 사업이 표류했다. 법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조합원간의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주택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의 생각이 서로 너무 다른 탓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재건축이 무산된다면 우리 단지는 영원히 재건축할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조합장으로 당선된 이후 사업 정상화를 위해 조합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구청과 협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조합설립 재결의라는 결실을 맺어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 이후 조합의 임·대의원들이 재건축사업에 매진한 덕에 시공자 선정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최근 시공자로 삼호를 선정했다.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조합은 시공자 선정에 앞서 인근 78태평상가아파트의 시공자 입찰 진행과 제안조건 등을 비교해 최선의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입찰에 2개사가 참여했는데 조합원들이 입찰참여제안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삼호는 대구에서 인기가 높은 ‘e편한세상’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건설사다. 높은 인지도와 경쟁력은 향후 분양은 물론 프리미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합원들이 삼호를 선정한 것도 이런 기대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태평아파트의 장점은 무엇인지=우선 교통여건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기차와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대구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KTX를 이용할 수 있는 동대구역도 지하철을 통해 1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대구시내 전역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국의 주요 도시로도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 신천대로, 태평로, 공평로 등 광역도로가 인근을 지나기 때문에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롯데백화점과 칠성시장, 동성로 등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지에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의료와 행정 등의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조합장으로서 조합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상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재건축은 썩 달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매년 여름 장마철이면 비가 새는 등 아파트의 노후화가 심각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주변의 권유로 조합장으로 나서게 됐고, 조합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공자를 비롯한 협력업체와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조합과 협력업체의 노력만으로는 재건축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다. 조합원들의 협조가 없이는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재건축 방향을 결정하고,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조합원의 눈높이에 맞춰 조합원이 원하는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향후 사업일정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으신지=지난 총회에서 선정한 공동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을 비롯해 정비업체인 수탑도시개발, 설계자인 제이케이건축사 등과 협의해 금년 안에 건축심의를 완료할 계획이다. 기본설계안과 대안설계안을 비교 검토해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태평아파트가 중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타워가 될 수 있도록 명품 설계안을 만들 것이다. 또 단지 고급화와 차별화를 통해 분양 수입을 늘려 추가분담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과거 태평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었다. 서울과 비교하면 명동에 있는 아파트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단지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경제적인 손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이 너무 힘든 상황이다. 재건축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제 사업이 다시 시작됐다. 주택과 상가 소유자들이 서로 한발씩만 양보하면 재건축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본다. 최고 부촌이라는 과거의 명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화합이 필요하다. 조합에서도 보다 많은 개발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건축을 마치고 조합원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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