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희 아파트도 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어 상가 소유자들이 모여 상가 독립정산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상가 독립정산제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정당 내 후보자를 뽑는 경선과정에서 자주 접하는 뉴스가 바로 ‘경선룰 다툼’이다. 당선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세력이 큰 후보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끔 경선룰을 바꾸고 싶어 하고, 세력이 약한 후보는 이에 대해 격렬히 반대한다. 당 탈퇴라는 배수의 진도 서슴지 않는다. 


재건축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조합원, 상가 조합원의 공통된 목표는 바로 재건축사업의 성공이다. 그러나 사업구역 내에서 상가 부지를 어디에 둘 것인지, 감정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세부적인 룰을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조합원들 사이의 이익 배분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상가 조합원의 수가 아파트 조합원에 비해 적어 자신들이 원하는 안을 총회에서 관철시키기 매우 어렵다. 상가 독립정산제 논의는 이러한 배경에서 상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즉 상가 독립정산제는 ①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하여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고 ②상가조합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조합과 상가협의회 사이에서 합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가 독립정산제는 조합의 비용부담과 직접 관련이 있고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총회 결의를 받아야 하고 정관에도 근거를 두어야 한다.


상가 독립정산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3.13. 선고 2016두35281 판결)를 살펴보자. 해당 사건은 과거 총회결의를 받았던 상가 독립정산제의 내용 일부를 변경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자 이에 반발한 조합원이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며 다툰 것으로, 원고는 “피고 조합은 상가협의회가 수립한 이 사건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을 조합원 총회에 상정하거나 그 내용을 반영하지 아니한 채 신축 상가건물의 소유권 귀속, 비례율, 청산금의 분배기준 등에 관하여 이 사건 상가관리처분계획안에 반하는 내용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였으므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항소심 법원은 이러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은 이를 달리 판단하였다. 


대법원 및 파기 환송된 원심의 판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총회에서 조합원의 동의를 거쳐 업무협약을 승인하고 상가 독립정산제를 채택하는 결의를 하였으므로 그 결의 내용은 조합 내부적으로 구속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관리처분계획이 상가 독립정산제에 배치되어 위법한지 여부는 “①총회결의가 상위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하고 ②총회결의의 내용이 상위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③일단 내부 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므로 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한다”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총회결의는 이전 총회결의를 통하여 조합 내부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상가 독립정산제 내용을 일부 철회·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내용이 도시정비법령 등 상위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없고 상가조합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상가 부분의 관리처분계획을 별도로 변경할 여지를 두어 상가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점 등에 비추어보면 상가 독립정산제의 존속을 신뢰한 원고들의 이익이 상가 독립정산제의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관리처분계획이 상가 독립정산제에 배치되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상가 독립정산제를 채택한 조합은 원칙적으로 그 내용을 따라야 하고 부득이 이를 변경할 경우라면 대법원이 판시한 위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공대호 변호사 / 법무법인 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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